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베트남에서 서예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아하게 장식해 온 유서 깊은 예술이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과 현대화에 따라, 이 전통적이고도 섬세한 붓글씨 획은 어느덧 베트남에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베트남에서 뿐만 아니라 아태지역의 수많은 무형유산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들 만의 독창적인 서예 브랜드를 보존하고자 하는 호이안의 눈물겨운 노력은 이러한 문화적 보물을 긴급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잘 보존된 고대 건축물로 유명한 호이안은 오랫동안 베트남 문화유산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 매력적이고 소박한 거리와, 수많은 등불로 수 놓인 저녁의 풍경을 넘어, 이 마을은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져 온 전통과 문화의 살아있는 캔버스이다. 그러한 전통 중 하나인 서예는 수세기 동안 호이안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베트남의 전통 서예는 단순한 글쓰기 기술 그 이상으로, 문자를 초월하는 예술적 표현의 한 형태이다. 이 서예 전통은 유교 철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조화, 균형, 아름다움의 원칙을 구현해 낸다. 서예가는 먹을 머금은 붓을 휘둘러 빈 종이에 불과한 캔버스 위에 문자 의미의 본질을 포착하는 시각적인 시로 변형시킨다. 호이안에서는 서예 예술은 여러 세대에 걸쳐 숙련된 장인에 의해 진행되는 전문 워크샵을 통해 육성되어 왔다. 호이안의 활기 넘치는 문화적 배경은 서예 예술의 전통 가치를 보존하고 전달하는데 시너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풍부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서예는 현대적 흐름에 휩쓸려 소멸되어가고 있다.

호이안의 매력은 고대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오늘날의 적응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적응력은 무형문화유산에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 되어버렸다. 현대화의 가속도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전통에 대한 관심도 더욱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때 일상생활과 의례의 필수 요소였던 서예는 이제 사람들의 문화적 의식 밖으로 밀려났다. 디지털 시대에 푹 빠진 요즘 젊은 세대들이 베트남 서예의 세심한 예술성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빠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요구는 세심한 획으로 글씨에 개성을 더하는 오랜 전통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 결과, 한때 종이 위 붓의 리드미컬한 춤의 향연이 이어지던 서예 공방은 이제 존폐의 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침식에 맞서 호이안에서는 베트남 서예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용감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 애호가, 역사가, 열정을 가진 개개인이 모여 소멸 위기에 처한 예술 형태를 기록하고 홍보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개진해 나가고 있다. 또한 학교와 지역 사회에 서예를 다시 소개하기 위한 워크숍, 전시회, 교육 프로그램 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역 예술가와 서예가들은 서예 문화 홍보대사가 되어 자신만의 기량을 선보이고 매 획에 담긴 풍부한 역사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대중에게 베트남 서예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감상을 심어 줌으로써 서예 문화에 대한 불꽃을 다시 한번 꽃피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 따르는 도전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경제적 압박, 수익성이 더 높은 직업에 대한 유혹, 숙련된 실연자수 감소 등이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은 가장 우려되는 사안으로, 전통의 보존과 현대의 요구에 적응하는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찾는 것은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온 부분이다.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여 정부 기관, 비정부기구 및 더 넓은 지역 사회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청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재정적 인센티브, 문화보전 보조금, 교육 기관들 과의 협력은 호이안에서 베트남 서예를 보호하기 위한 종합 전략의 필수요소이다.

어느덧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호이안의 좁은 골목에는 사라져가는 베트남 서예 예술이 가슴 아픈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하다. 그 소리는 아마도 전통과 현대 사이의 섬세한 춤, 국가의 문화적 구조를 엮는 무형의 실을 보존하려는 투쟁에 대한 속삭임일 것이다.

호이안이 속절없는 세월로부터 자신만의 정체성을 보호하려고 노력함에 따라 베트남 서예의 운명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무형유산이 직면한 광범위한 도전을 상징하게 되었다. 호이안의 노력은 이러한 보물이 변화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지기 전에 이를 보존하기 위해 지역사회, 당국, 애호가들이 단결할 것을 촉구하는 메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