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 메뉴 바로가기

소식

무형유산의 전승력을 기반으로 한 남북 공유유산의 역할

  • 작성자
  • 작성일2020.08.06
  • 분류무형유산 소식
© Shutterstock/eamesBot
© Shutterstock/eamesBot

과거에는 물리적인 구조나 유형성을 중심으로 문화유산을 정의하고 관리했다면, 현재는 자연·사회·문화적인 요소를 담은 비물질적이고 무형적인 유산의 가치에 집중하게 된 것이 오래된 일이 아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만이 아닌, 각 문화유산이 지니고 있는 대표성에 의미를 두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무형유산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무형유산은 인간을 통해 생성되었고 연행되었으며 활용되었고, 그들의 문화 속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 무형유산은 사람의 생애주기와도 같아서 한 사람이 태어나고 사망할 때까지 평생의 기간이 정해져 있듯이, 생성되고 전승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없다면 결국에는 소멸한다. 무형유산의 생명은 유한하고, 그것을 살아있도록 지속가능케 하는 힘은 전승력이다.

세계 유일의 특성을 지니는 분단국가인 한국은 올해로 6·25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지났지만,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아픔은 실향민·이산가족들에게 여전하기만 하다. 비극적인 분단의 상황 속에서도 남한에서는 북녘에서 전승되던 무형문화유산이 남아있다. 한국에서 이북5도 무형문화재로 지정·전승되고 있는 유산 중 공동체의 희로애락을 담은 노래인 애원성(哀怨聲)이 그것이다. 애원성은 글자 그대로 슬프게 원망하는 소리를 담고 있는데, 척박한 땅에서 삶을 살아온 함경도 사람들은 고단하고 힘들 때 애원성을 흥얼거리며 마음을 달래곤 했다. 현재 남녘에서는 실향민들을 통해 악가무 형식으로 전승되어 그들의 애환을 위로하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노래로서 그들에게 또 다른 의미와 정체성을 부여해주었다. 유산은 본래 공동체가 향유하던 지역을 벗어나 다른 연행형태를 보이지만, 또 다른 삶의 터전에서 슬픔과 한을 위로하던 기능은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2018년 11월 모리셔스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13차 정부간무형유산위원회에서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하였다. 남북의 공동등재는 무엇보다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차원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는 2014년부터 격년으로 동북아 5개국(한국, 몽골, 중국, 일본, 북한)을 한자리에 모아 동북아시아 소지역 회의를 통해 북한 무형유산 보호 현황을 공유하고, 동북아시아 무형유산 분야의 교류 및 협조를 강화하기 위한 필요성이 논의되는 등 대북 지원 사업을 위한 협력 기반을 구축해왔다. 올해 10월경 몽골 울란바토르에서는 동아시아 공유유산의 보호를 주제로 제4차 동북아시아 소지역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유네스코가 발간한 『무형문화유산의 이해(Kit of the Convention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에 따르면, 무형유산 보호활동(전승활동)은 살아있는 유산의 관습 저변에서 문화 간 대화를 통해 화해를 증진하며, 사회 내에서 평화와 안보를 회복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이 된다고 말한다. 무형유산의 전승력은 현 분단의 상황 속에서도 국경을 넘어 남북한의 서로 다른 이해 당사자들을 공동의 기억으로 끌어모아 유산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게 만든다. 이에 공유유산은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남북공동체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살아남아 공유할 수 있는 무형유산을 통해 남북 간의 공동협력을 이뤄내고, 더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적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QUICK MENU

QUICK MENU 원하시는 서비스를 클릭하세요!

등록된 퀵메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