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이렇게 말이야.' 나이 든 여성은 흐르는 물에서 손가락으로 붉은 렌틸콩을 훑으며 말했다. 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주방에는 여럿이 모여 있었다. 스리랑카 캔디(Kandy) 교외의 한마을에 있는 이곳의 주방에는 가스버너 하나, 밥솥, 식탁 그리고 여러가지 향신료로 가득 찬 선반 하나가 전부였다. 이곳의 여주인은 달(Dahl)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배고픈 여행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했고, 그녀의 딸은 두 번째 카레 요리를 위해 닭을 양념에 재웠다. 이들이 척척 일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도 많은 경험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외국인 게스트 앞에서는 물론 기업 행사의 차분한 분위기에서도 솜씨를 발휘했을 것이다.

나는 수년 전 여주인에게 배운 요리법을 여전히 기억하며 직접 요리를 해보기도 한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필요에 의한 의무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여러 문화에서 소중히 여겨지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가족 구성원들을 결속시킨다. 각자 식사를 위해 재료를 마련하고 요리를 하며 식탁을 차리는 등의 역할을 한다. 구성원들의 역할은 문화마다 다르겠지만, 함께 먹을 음식을 협업하여 준비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 청년과 노인, 과거와 현재를 결합하는 요소이다.

보통 요리법은 일목요연하게 쓰여 전해지기보다는 세대를 걸쳐 직접 전승되어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자손에게 완벽하게 음식을 익히고 양념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는 구전 전통이자 의식이며, 이를 통해 전통은 유지된다. 요리는 재료를 적당한 비율로 조합하는 것을 넘어, 가정이나 공동체 또는 여행자들이 무언가를 함께 만드는 행위이다.

이러한 전통은 공예와 마찬가지로 한 지역이나 국가의 특색이 된다. 하지만 요리 풍습은 가족 구성원과 외국인이 모두 친밀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지역 요리를 경험하는 이들은 한 민족의 과거와 현재를 한 입에 맛볼 수 있다. 전통 음식은 지역민과 여행자들의 배를 채우고 영혼을 만족시켜주며, 이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기술에서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유산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며 살아 숨쉰다.

또한 지역 전통 보유자들이 각자 물려받은 관습을 공유할 때 유산은 오늘날 식탁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새로운 문화의 식재료와 요리법, 예절, 주방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접할 때, 이들은 지역 요리 이상의 것을 목도하게 된다. 이들은 할머니 세대보다도 오래된 풍습, 그리고 전통과 그 유지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 덕분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풍습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자들이 겪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화유산의 무형적 요소가 공유되고 실행되며 강화되고, 지역과 세계가 하나가 되며 과거와 오늘이 합쳐진다.

스리랑카에서 우리가 저녁을 준비하고 함께 앉아 식사를 한 뒤에도 식탁에는 카레 향신료보다 강력한 것이 머물러 있었다. 요리를 하고 음식을 나누는 단순한 행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나는 방 안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오래전 이러한 전통을 만든 이들과 하나가 됨을 느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일체감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가진 경험과 언어적 한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여행자에게 전세계 어디를 가든 이러한 것을 경험하도록 권한다. 전통 요리와 지역의 가르침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한 문화를 특징짓는 방대하고 미묘한 차이들을 알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전통의 보전에 참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