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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인터뷰] 아래로부터의 문화 – 한국 찾은 마크 제이콥스 교수

  • 작성자
  • 작성일2017.07.21
  • 분류유네스코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이하 센터)와 유네스코아태국제훈련센터(중국, 북경)의 공동주최로 지난 7월 10일부터 13일까지 전주에서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역량강화 워크숍이 열렸다. 국내 최초로 개최된 이번 워크숍을 위해 마크 제이콥스 유네스코 퍼실리테이터(벨기에 브리예대학교 유산학과 교수)가 한국을 찾았으며, 센터의 2017 무형유산 전문 인력 초청 프로그램 참가자인 B.B.P. 호스밀로가 직접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무형유산에 대한 학문적 관심뿐만 아니라 문화와 전통에 대한 대중적인 실천과 인식에 대한 담론을 아우르는 마크 제이콥스 교수의 인터뷰는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유네스코의 무형유산보호협약(이하 협약) 제정 과정에 초기부터 참여하셨다고 들었는데?

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ICH)이란 개념이 국제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1년쯤이었습니다. 2001년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무형문화유산이란 용어를 처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유네스코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되었고, 일부는 이미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회의는 파리 세계문화의 집(Maison des Culture du Monde) 관장이자 유네스코프랑스위원회 위원장인 셰리프 카즈나다르(Cherif Khaznadar)씨의 주도로 개최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관계자를 초청해 ‘무형문화유산’이란 용어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당시 저는 플랜더스에 위치한 대중문화센터(Center for Popular Culture)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대중문화센터는 1998년 플랜더스에서 통과된 대중문화 관련 법령에 따라 1999년 설립되었습니다. 그 회의에 참석하면서 관련 논의에 처음부터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흐름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보며 논의에 참여했기 때문에 무형유산 개념이 불명확하게 정의된 것에 저도 일부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형문화유산이 새로운 분야이긴 하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늘날 협약에서 말하는 무형유산 개념에 유럽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십니까?

협약이 탄생하기까지는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유럽의 영향을 얘기하자면, 당시 다수의 민속학자들이 무형유산을 본질주의(essentialism)와 관련시키는 것에 반대하며 새로운 개념을 찾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본질주의, 즉 민족의 본질, 민족 정체성, 국민성 또는 민족성이 존재한다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본질주의에 반대합니다. 유럽 학자들, 특히 서유럽 학자들이 해체와 재구성(deconstructing and reconstructing)이란 화두를 가져왔습니다. 주로 세계 곳곳에서 온 인류학자들이 본질주의에 반대하며 ‘걸작(masterpiece)’이나 ‘독창성(unique)’을 정의하는 것을 막으려 했습니다. 특히 그와 같은 시스템에 반대한 것입니다. 소위 걸작이나 대표목록을 만들지 말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많은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자유로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무형유산 분야에 종사하시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다면?

많은 일이 있었죠. 특히 무형문화유산이란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벨기에에서는 ‘아래로부터의 문화(culture from below)’, 즉 보통 사람들의 문화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비록 이를 중요하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두 번째로는 우리가 무형유산 보호 역량에 관심을 가지면서 개발도상국을 위한 자원 지원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벨기에의 경우,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이하 협약)을 비준하고 이를 국가 정책에 반영했습니다. 무형유산과 관련해 개발원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죠.

정부간위원회와 유네스코 회의를 가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특이한 사례도 있습니다. 제가 플랜더스의 무형유산목록에 포함된 특정 무형유산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올해 플랜더스 유산연구상(Flemish National Prize for Heritage Research)을 수상했습니다. 이 유산은 플랜더스의 한 도시에 있는 대규모 농부 공동체에 관한 것입니다. 이들은 500년 이상 정신질환자들을 받아들여 함께 농사일을 해왔습니다. 정신질환자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데, 이와 같은 관습이 19세기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진 것은 우선 이 관습이 특이하고 분명 무형유산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플랜더스 또는 유네스코의 무형유산목록에 등재하더라도 관광상품으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듭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관습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무형유산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무형유산보호 역량강화 워크숍에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기 위해 전주에 와 계신데, 이번 워크숍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번 워크숍이 관련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유익한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질문을 던지며 논의에 활발히 참여하고 협약 내용과 그 문제점, 모호성 및 가능성에 대해 잘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협약의 이행방법에 대한 저의 비판적 견해를 나누고 싶습니다. 동시에 협약의 정신을 따르고자 하는 제 열정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비판적이지만 동시에 열정적인 마음을 모두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자리를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관찰을 함으로써 뭔가를 배워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워크숍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큽니다.

B.B.P. 호스밀로, 2017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무형유산 전문 인력 참가자 (필리핀 초월예술 문학저널 퀴어동남아시아 설립자 겸 공동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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